김우진씨,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1
고향에서 감자 한 상자를 보내왔다
감자 꽃에 앉았던 땡볕도 테이프에 끈적끈적 묻어있다
호미에 딸려 나온 하지의 낮달과
밭고랑을 지나던 바람도 따라왔다

끼니마다 밥상에 고향의 안부가 올라왔다

어느 날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몇 개 남은 감자들이
허공을 향해 하얀 발을 뻗고 있었다
먼저 나가려고 발들이 서로 엉켰다
흙이 그리운 감자들을 고이 화분에 묻어주었다

2
보랏빛, 그 꽃잎 사이로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른 어머니가 보인다
밭고랑에 엎디어 감자밭을 매다가
어린 내 발소리에 허리를 펴던,
찢어진 검정고무신 밖으로
삐죽 나와 있는 흙 묻은 발가락,
오늘 그 어머니를 만났다

뻐꾸기시계가 감자 꽃을 물고 온 날이었다

■ 당선소감

김우진씨= 2008년 수주문학상, 전국문화인 창작시 대상(국회의장상), 2016년 대구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최우수상, 농어촌문학상 우수상,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가을빛이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저녁시간, 메일 하나가 기쁜 소식을 물고 핸드폰 뚜껑 속으로 도착하였다고 소란스러웠습니다.

노란색 바탕에 문학대전이라는 까만 자음과 모음들이 찍혀 있어 반가웠죠.

경북일보 문학대전공모전에서 시부문 동상으로 당선됨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무튼 부족한 저에게 이런 큰 상을 주신 것은 더 좋은 시를 많이 쓰라는 뜻임을 알고 경북일보사에 감사드리오며 저의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큰절 올립니다. 그리고 항상 시의 힘을 키워주신 동작문화센타 문예창작반 맹문재교수님과 오랫동안 곁에서 지도해주신 마경덕 시인님, 기뻐해 주실 문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