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욱씨,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숟가락보다 가벼워서 더욱 좋다
둘이 모여 한 쌍을 맺고
허다히 헛발질하며 사는
먹고 사는 일이 다 젓가락질이다

11자 가지런한 젓가락 속에
X자를 그으며 할복하고 싶은 젓가락도 있다
복권 같은 먹이를 만나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놓치지 않고 꼭 집어보려고
나름의 형태로 내미는 더듬이 두 짝

숟가락의 무게를 차마 감당할 수 없는 날은
젓가락을 든다
더듬더듬 그렇게 눈뜬 봉사처럼
헐벗은 집게로 쪼잔하게 집은
겨우 한 점

무수한 헛발질에서 건져 올린
생을 꼭 붙들고 있다

■당선소감

전진욱씨= 2015년 월간 시문학 등단, 제11회 복숭아문학상 우수상.
푸성귀처럼 싱싱하던 벼가 노랗습니다. 복날 닭을 삶듯 푹 고아졌습니다. 잘 익은 이삭의 낱낱을 들여다봅니다. 얼마나 많은 수고와 땀이 절절한지 껍질을 벗겨보면 눈물 한 알 뚝 떨어집니다. 쌀알이 왜 눈물을 닮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산다는 게 다 그런가 봅니다. 매사 헛발질 투성이인 젓가락질에다 집을 것 마땅치 않은 살림살이에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버텨오신 내 아버지, 곡식을 노랗게 다 지어놓으시고 이제 살만하다 했더니 쓰러져 병상에 누우신 당신의 어눌한 젓가락질을 봅니다.

복날이면 가마솥에 육계 너덧 마리 푹 고아놓고 도란도란 식구들 다 불러 모으시던 아버지, 언제 또다시 빈 가마솥에 젊은 아버지 성질 같이 활, 불이 치솟아 오를 날 있을까 감감해집니다.

곧 닥쳐올 겨울의 허방함보다 몇 고개 더 넘어야 당도할 봄을 애타게 불러봅니다. 제발 그때까지 만이라도 어눌한 젓가락질 놓지 않으시길 갈망하며 맛있는 시 한 수 지어 당신께 바칩니다.

시에 이르는 길, 이 험난한 여정을 함께 걸어주신 서라벌 시뜨락 문우님들과 언제나 내 시의 첫 독자인 아내가 곁에 있어 무량 기쁘고 행복한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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