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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동상] 압화

박종일씨,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경북일보 kb@kyongbuk.com 등록일 2016년11월27일 20시46분  
당신에게도 봄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해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슬펐다
나 또한 당신의 봄을 보지 못했다

곰팡내 나는 사진첩에
당신은 건조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펼쳐보지 않아
켜켜이 먼지가 쌓여 있다
시들어버린 조팝꽃 같은
당신을
그 봄을
빛바랠 사진으로라도 남겨놓고자 한다

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꾹 눌러줘야 한다

■수상소감= 초행길에 들어서며

박종일씨=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재학.
누구나 처음 들어서는 길이 있을 것이다.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저 길이 맞는 길인가 한참을 헤매다 “아 여기구나” 하면서 계속 나아가기 마련이다.

나는 지금 초행길에 들어서고 있다. 내가 다니던 길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벽에 부딪쳤다. 입구까지는 어떻게 찾아온 것 같은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물론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길을 따라 걷는 것도 방법이다. 그 사람들도 초행길에서는 헤맸겠지만 지나간 그들의 발자국은 이제 하나의 길이 되었다. 그 길은 무척이나 쉬워 보였다. 서점에 꽂혀 있는 시집을 꺼내서 글자들을 더듬다 보면 길이 보일 테니까.

나는 쉬운 길을 포기하기로 했다. 쓰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덤불에 긁혀 상처가 나고 신발이 조금 젖을 수도 있었다. 종내에는 울음을 터뜨릴 수도 있을 노릇이었고. 결국 도착한 곳에서 나를 반겨준 것은 가능성이란 작은 열매였다. 나는 가능성이라는 과실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이제 이곳이 초행길이 아니라면 다음에도 길을 찾을 때는 더 수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새로운 길로 계속 가보고 싶다.

썩 훌륭하지 않은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그런 글을 옆에서 읽어준 친구들과 스승님께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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