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을 제향하고 후진을 양성했던 옥산서원에는 다양한 현판이 눈길을 끈다. 옥산서원은 선조 5년(1572)에 세우고 선조 7년에 임금으로부터 ‘옥산(玉山)’이라는 이름을 받은 사액선원이다. 이 서원에는 공부집인 ‘구인당(求仁堂)’이 있고, 제사 사당인 ‘체인묘(體仁廟)’가 있는 전학후묘의 전형적 양식이다. 서원의 정문은‘역락문(亦樂門)’이다. 논어의 ‘학이’편에 나오는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에서 따온 ‘역락’이다. 강당의 정면에는 힘 있고 단정한 추사가 쓴 ‘옥산서원(玉山書院)’현판이 걸려 있다.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가기 전인 1839년 54세 때 쓴 것이다. 선조 7년(1574) 사액 후 266년 되는 해인 헌종 5년에 다시 조정에서 써준 편액이다.

‘옥산서원’이란 또 다른 현판이 구인당(求仁堂) 안쪽에 걸려 있다. 서원이 창건된 때인 1572년 선조 때 영의정 아계 이산해가 쓴 필체다. 구인당은 회재의 ‘구인록’에서 따 온 것으로 ‘마음의 덕과 지식의 근본을 구한다’는 뜻이다. 유명한 조선 중기 서예 대가 한석봉의 강직하고 안정된 필체가 돋보인다. 옥산서원의 ‘무변루(無邊樓)’ 현판도 한석봉이 썼다. 현판 안에 작은 글씨로 ‘모자람도 남음도, 끝도 시작도 없다. 빛이여, 밝음이여, 태허에 노닐도다’라는 호방한 내용의 글 귀가 새겨져 있다. 이 외에도 옥산서원에는 여러 현판이 있다.

옥산서원에서처럼 경북지역의 조선 시대 가옥과 서원 등에는 교육적 이야기가 각인된 현판이 허다하다. 이번에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편액’이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해 10월 31일, 189개 문중과 서원에서 기탁한 550점의 편액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이 지난 19일 등재가 확정된 것이다.

편액이란 건물의 처마와 문 사이에 글씨를 새겨 걸어둔 표지판으로 건물의 기능과 의미, 건물주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3~5자 정도로 함축해 반영하는 기록물이다. 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허술하게 방치되다시피 한 편액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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