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에 이어 왕위에 오른 성종은 정치적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국정 난맥을 바로잡기 위해 관료들에게 현 정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적어 올리라는 ‘구언령(求言令)’을 내렸다. 그 때 나온 것이 성종 이전 다섯 왕의 실적을 평가한 최승로의 ‘시무책’이다. 성종의 입장에선 선대 왕들에 대한 쓴소리가 듣기 거북했지만 최성로의 시무책을 과감히 받아들여 정치개혁을 단행, 성공한 개혁군주가 됐다.
위나라 문공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물었다. “짐이 훌륭한 임금인가?” 신하들은 차례로 “훌륭한 임금이십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한 신하가 “훌륭한 임금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문공이 까닭을 물었다. “전하께서는 이따금 큰 일과 작은 일의 판단을 그르치시고 때로는 인물들을 잘못 보실 때도 있습니다” 신하의 대답에 화가 난 문공은 그 신하를 내쫓았다. 옆에 있는 한 신하에게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물었다. “역시 훌륭한 임금이십니다” 이유를 묻자 “훌륭한 임금이시니까 조금 전 자기 생각을 소신껏 이야기 할 수 있는 신하가 있는 것입니다. 신하의 재치있는 대답에 크게 깨달은 문종은 내쫓은 신하를 다시 불러들여 중책을 맡겼다.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유롭게 말할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다면 관직을 맡지 말거나 그 자리에 남아 있지도 말라” 부시 대통령 때 국무장관 럼스필드가 공직자의 직언을 강조한 ‘럼스필드 법칙’이다. 한 사람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제에선 받아쓰기만 하고 입을 열지 않는 참모들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을 대통령 몫이다.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장벽에 차단된 대통령의 입과 귀가 최악이 우매한 대통령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