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한 자루 속이지
햇볕 속에서
햇볕의 중량을 사라지게 하고


나는 이상한 시간 속이지
황혼이 되어도
등 뒤에 그림자는 안 생기고
익사한 그림자가 흐르는 하얀 강


나는 이상한 웃음이지
짧게 혹은 길게 소리 내어 웃어도
소리는 안 움직이고


자유로우면서도
얼핏 땀으로 솟고야 마는 자유


나비 따라 훨훨 다니다
생의 동공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지




감상)아버지는 툇마루에서 낮잠을 주무시고 오빠와 나는 자꾸만 말다툼을 하고 아버지는 낮잠을 자다 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고 오빠와 나는 말다툼을 그치지 않고 아버지는 꿈속인 듯 발길질을 하다 툇마루 아래로 곤두박질치시고 오빠는 형산으로 도망가고 나는 아버지의 꿈속에서 끊임없이 울고(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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