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문학자 김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담(1416~1464)은 영주 출신이다. 세종이 무척 아꼈던 사람으로 이순지와 함께 조선시대 최고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다. 이 두 사람은 ‘칠정산(七政算) 내편’과 ‘칠정산 외편’이라는 천문서적을 공동집필했다. ‘칠정’은 태양과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7개 움직이는 별’을 뜻한다. ‘칠정산’은 이를 이용해 날짜와 절기 등을 계산하는 법이란 뜻이다. 이 칠정산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최초의 역법이었다. 중국 천문서적에 기반을 두었지만 북경이 아닌 한양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는 점에서 독자적 천문연구의 길을 연 것이다. 이전까지는 중국의 역서를 수입해 그대로 쓰는 데 그쳤다.

당시 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지방시를 시행한 유수의 나라에 당당하게 조선이라는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공이다. 당시 김담 등은 한양의 일출 일몰시각과 밤낮의 길이를 구했고, 한양의 동짓날 낮의 길이가 위도가 높은 베이징에 비해 14분 이상 길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당시 이미 1년의 길이가 365.2425일(실제 365.2422일), 한달의 길이 29.530593일이라는 것까지 정교하게 계산해냈을 정도다. 심지어 세종 29년(1447) 8월에는 그달 그믐에 있었던 일식과 보름에 있었던 월식을 예측하고 관측한 뒤 예측치와 차이를 기록해 놓기도 했다.

세종은 이순지가 모친상으로 자리를 비운 간이대(천문관측소)를 김담에게 일임했다. 1449년 부친상을 입고 귀향해 있던 김 담을 불러 올려 “그대의 재주는 세상에 드물기 때문이다”라며 서운부정이란 직책을 줘 절대 사직하지 못하게 했을 정도다. 하지만 반골기질이 강했던 김담은 박팽년 하위지 등과 시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 화근이 돼 안동부사, 충주목사, 경주목사 등 외직으로 나가게 됐다.

영주시가 삼판서 고택 출신 천재 천문학자 무송헌 김담 탄신 60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열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폴란드, 중국 등 세계 13개국에서 세계적인 천문학자 18명과 국내 학자 10여 명이 참가해 ‘세계 역서의 변천’이라는 주제로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니 뜻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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