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전 세계에서 독자적인 지방시를 시행한 유수의 나라에 당당하게 조선이라는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공이다. 당시 김담 등은 한양의 일출 일몰시각과 밤낮의 길이를 구했고, 한양의 동짓날 낮의 길이가 위도가 높은 베이징에 비해 14분 이상 길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당시 이미 1년의 길이가 365.2425일(실제 365.2422일), 한달의 길이 29.530593일이라는 것까지 정교하게 계산해냈을 정도다. 심지어 세종 29년(1447) 8월에는 그달 그믐에 있었던 일식과 보름에 있었던 월식을 예측하고 관측한 뒤 예측치와 차이를 기록해 놓기도 했다.
세종은 이순지가 모친상으로 자리를 비운 간이대(천문관측소)를 김담에게 일임했다. 1449년 부친상을 입고 귀향해 있던 김 담을 불러 올려 “그대의 재주는 세상에 드물기 때문이다”라며 서운부정이란 직책을 줘 절대 사직하지 못하게 했을 정도다. 하지만 반골기질이 강했던 김담은 박팽년 하위지 등과 시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 화근이 돼 안동부사, 충주목사, 경주목사 등 외직으로 나가게 됐다.
영주시가 삼판서 고택 출신 천재 천문학자 무송헌 김담 탄신 60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열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폴란드, 중국 등 세계 13개국에서 세계적인 천문학자 18명과 국내 학자 10여 명이 참가해 ‘세계 역서의 변천’이라는 주제로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니 뜻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