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북스/글·사진 김선주

우리들의 작은 천국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을 외치고 깊은 산 속 두메산골로 들어간 목사 김선주가 8년 만에 사랑과 치유의 감동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 ‘우리들의 작은 천국’을 내놨다.

해발 500고지 충북 영동 두메산골에서 오랫동안 목회 활동을 하며 겪은 일상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대자연의 품이 선사하는 신비로운 영적 깨달음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도회의 메마른 삶에 찌들어 있는 독자들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일상과 영성에 관한 37가지 이야기 보따리다.

요즘 대부분의 농촌 지역은 젊은이가 부재한 공간이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과 아직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인 두메산골의 작은 교회 목회자는 지은이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가는 ‘홍 반장’, 아니 ‘김 반장’ 노릇을 자처했다.

SOS를 받으면 밭일이건 보일러 수리공 노릇이건 마다치 않는 부지런한 일꾼, 다정한 형,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바가지(위성방송 외부 수신기)’에 문제가 생기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 출동해 ‘바가지’와 씨름하고, 과수원에 사과 딸 사람이 부족하면 사과밭에 달려가서 사과도 딴다.

시골목사는 어른들만의 벗이 아니다. 때로는 ‘짱구는 못 말려’처럼 개구쟁이가 된다. 아이들을 만날 때다.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의 ‘안식일은 저항이다’를 모토로 삼고 있는 지은이는 아이들을 만나면 주체할 수 없는 놀이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짓궂게 논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튜브 따위는 필요 없다고 튜브를 뺏고, 3박 4일 폭설이 내린 산골에서 비닐포대 썰매를 타고 씽씽 달리며 ‘똥마려운 사오정’, ‘콧구멍 후비는 저팔계’, ‘속 터진 왕만두’ 놀이를 하는가 하면, 환하게 피어난 복숭아꽃에서 ‘하늘나라 아빠들의 신발’이라는 슬프고도 환상적인 한 편의 동화를 뚝딱 만들어낸다.

첫머리를 장식하는 에피소드인 ‘자두나무가 있는 구멍가게’는 진솔하고 해학적이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깨달음을 제공하는 인상적인 꼭지다.

어린 시절, 지은이의 6월을 잔인한 계절로 만들었던 새콤달콤한 ‘나의 선악과’ 자두와 어린 시절 꿈이었던 ‘구멍가게 주인’을 현재의 목회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연결해 자신의 내면에 뿌리박고 있던 깊은 이기심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이야기는 깊은 공감과 자기 성찰을 끌어낸다.

지은이가 이끄는 대로 웃음과 감동의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영적인 깨달음에 대한 깊은 사색의 장에 이른다.

진정한 어둠을 꿈꿀 수 없는 불야성인 도회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심오한 어둠과 깊은 침묵의 공간에서 나라는 존재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산속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아침 해와 그것에 반응하는 생명체가 주는 새롭고 놀라운 감동, 그리고 대자연의 녹색으로 물든 영혼과의 넉넉한 대화는 독자들을 신과 우주를 향한 깊은 사색으로 인도한다.

중심을 버리고 변방으로 간 목사. 아무도 찾지 않는 두메산골에 작은 교회를 세우고 노인들과 아이들과 소박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공유하며 기독교의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지은이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써내려간, 종교와 삶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이 빛나는 ‘우리들의 작은 천국’은 독자에게 작지만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란 무엇일까를 반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은이 김선주 목사는 8년 전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이라는 예언자적인 책을 출간해 개신교의 타락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 후 8년이 지났지만, 현재 한국 교회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타락이 진행 중이다. 김 목사는 세속화되고 타락한 한국교회와 멀찌감치 떨어진 두메산골에서 ‘작은 천국’을 꿈꾸며 몸소 예수의 길을 실천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둘 따라가다 보면, 절로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게 된다. 그의 삶과 생각을 알게 될수록 한국교회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한편, 김 목사가 지은 책으로는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과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등이 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