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와 여당 비주류의 좌장격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단축 시기에 대해 협상을 시도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4월 말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그것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전하고 “추미애 대표는 1월 말 퇴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30일 퇴임하라는 새누리당 비주류 측의 제안을 받지 않으면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떠넘기면서 정국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야권 3당이 추진하던 탄핵소추안 발의가 일정합의 실패로 2일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 지도부와 비주류가 탄핵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시점을 명백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권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자체적인 조기퇴진 로드맵을 내놓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 손해는 아닐 것이다. 야권이 성실하게 타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에겐 책임 있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퇴진 시한과 방법, 국회 추천 국무총리의 권한 문제 등을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애초 일정대로 추진하되 국정의 혼란과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정치적 해법’이 최선의 방안이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자신이 아닌 국회에서 결정해 달라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담화 이후 더 꼬인 정국의 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시한을 포함한 임기 단축 계획을 밝혀야 한다. 최순실 사태로 작금의 국가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민심을 수용해 조기퇴진을 결심했다면 구체적 퇴진일정을 왜 내놓지 못하는가. 탄핵으로 인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상수(上手)고, 제3자이자 이해관계가 다른 여야 정당 간에 합의하라는 것은 너그럽게 봐도 차선이다. 제1야당 대표와 여당 비주류가 퇴진 시한이라고 주장하는 일정 사이인 2, 3월 사이에 어느 날을 퇴진 시점으로 대통령이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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