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감상> ‘담쟁이’ 라는 시 참 좋지요, 누군가 전화를 했다 오래 지나고도 버릴 수 없어 옷장 깊숙이 넣어놨던 옷을 꺼내듯 오래 전 시를 다시 펼친다 유행이 다시 돌아온 옷처럼 어색하지 않은 시다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시, 참 좋은 시 맞네요.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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