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텍과 같은 대학을 대한민국에도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선험자로서 여러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캘리포니아공대를 방문한 박태준이 칼텍의 재정담당 부총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계 과학사에 큰 업적을 갖고 있는 칼텍을 불쑥 찾아온 키 작은 동양인이 대뜸 칼텍과 같은 대학을 세우고 싶다는 말에 키다리 백인의 안면에 장난스런 웃음이 번졌다. 농담이 지나치다는 뜻이었다. 부총장은 “제철공장을 성공시킨 것과 이런 대학을 세우고 성공시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라고 짐짓 가당찮은 일이란 반응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의 꿈이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맺어 1986년 12월 3일 마침내 개교를 한다. 이후 포스텍은 1998년 홍콩 아시아위크지 선정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선정되며 세계적 주목을 모았다. 또 2010년 국내 대학으론 처음으로 더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28위,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THE 100 Under 50)에서 3년 연속(2012~2014) 세계 1위에 자리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여 왔다.

포스텍의 이러한 성공은 지방에서도 세계적 대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으며 국내외 대학의 발전 모델이 됐다. 포스텍은 1991년 첫 졸업식 이래 지금까지 총 1만7천62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 2일 포스텍이 개교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식에서 김도연 총장은 “포스텍은 ‘튼실한 학부 교육’ ‘빼어난 연구 성과’ ‘활발한 창업·창직’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대학이 될 것”이라 했다. 또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은 이제 직접적으로 지역과 국가의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창출 대학’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했다.

국가산업을 이끌 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만들겠다는 고 박태준 설립이사장의 교육보국(敎育報國) 철학은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과 함께 지역은 물론 민족 중흥의 기틀이 되고 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막스프랑크연구소 등 탁월한 인프라를 갖춘 포스텍이 다시 각오를 새롭게 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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