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 그리고 가계는 대내외 악재와 불확실성의 경제파고가 밀려오고 있으나 거의 무대응 상태다. 최근 들어 성장률과 생산, 소비, 고용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경제 지표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주체들은 타개책이 없다. 정부는 재정 정책 외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고, 기업은 내년도 주요 사업계획조차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더욱이 내년은 국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폭풍, 미국의 금리 인상,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대량 실업 사태 등 내년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매우 위험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대폭 낮춰 잡았다. 더 낮게 잡는 기관도 있다.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정부 경제팀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물러날 경제부총리와 취임 여부가 불확실한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어정쩡한 동거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있다. 국무총리 까지도 이임식을 준비했다 갑자기 취소하고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행정 각부의 통할은 언감생심이다. 대통령 리스크로 레임덕을 맞은 공직사회는 ‘복지부동’의 분위기가 완연하다.

경제 활동의 주 동력인 기업도 무활력이긴 마찬가지다. 매년 연말은 기업들이 한 해의 경영 실적을 결산하고 다음 해 투자계획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삼성을 비롯한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납부 등과 관련해 당국의 조사선상에 섰고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야 한다. 그중 일부는 ‘뇌물 제공’ 혐의를 받아 뇌물 공여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재벌이 낳은 한국사회의 모순이 87년 민주화체제 이후에도 지속되는 불행한 상황이다. 자본주의 원칙에 맞게 경영 활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아 불경기가 악순환되고 있다.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 총합이 1300조원에 이른다. 특히 서민들이 이용하는 2금융권의 부채도 심각하다. 올해 9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대출금은 작년 말보다 무려 5조5976억 원 증가했다. 돈 빌릴 곳이 없는 서민들이 20%가 넘는 고금리도 마다하지 않고 저축은행을 선택한 결과다.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의 회복이 절실하다. 최순실 사태가 마무리되고 정국이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리더십을 회복하던지 하루 빨리 물러나야만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국민은 정치에 등을 돌리기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박 대통령과 국회 특히 제1야당은 경제 위기를 대비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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