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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이가 들어서인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수가 많아지고 있고, 그때마다 어쩔 줄 몰라서 아파트 거실을 서성이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을 검색하려고 해도 아침부터 컴퓨터 화면에서 번쩍거리는 것을 보는 것은 눈을 쉽게 피로하게 한다는 점에서 권할 바도 아니다. 또한, 모든 식구가 잠자고 있는데, 눈치 없이 일어나 컴퓨터를 켜는 것은 가장으로서도 할 짓이 아니다. 더구나 아내가 잠자는 것을 깨우는 것은 남편의 삼종지도에 어긋나는 매우 불경한 것이다. 이런 난감한 때에 아침 일찍 배달된 종이 신문을 화장실에서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새벽에 아파트 현관밖에 던져진 신문을 줍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히지 않을 수 없으니 졸지에 허리운동을 하여서 좋고, 허리 굽혀서 주울 때 아무도 손대지 않은 신문에서 나는 종이 냄새와 인쇄 기름 냄새를 맡으면서 밤새 내내 막혀 있던 비강을 청결하게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신문이나 방송을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종이 신문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새벽 신문의 장점 때문일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어 본다. 아마도 이런 새벽 신문의 묘미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조간신문이 많고, 석간신문이 적은 이유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혹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종이 신문은 수명을 다했다고 한다. 종이 신문은 어제 일어난 뉴스를 오늘에 본다는 점에서는 구문을 접하고, 그래서 곧 종이 신문은 사라질 것이라고 극언을 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성미가 급한 현대인으로서는 지금 바로 생생한 냄새가 모락모락 나는 뉴스를 접해야만 직성이 풀리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스 홍수 속에는 온갖 잡동사니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의혹만 가득 찬 풍문이 뉴스로 둔갑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뉴스가 하루 동안 묵으면서 사실관계가 더 확인되고, 거기에 논평까지 더해진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종이 신문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방송이나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해준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익하지만, 생활에 바쁜 시청자로서는 그 뉴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른 뉴스와 연계가 어떠한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팩트는 사실 그 자체이지만, 코멘트는 사실을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검토된 것이라서 독자가 받아들이기 쉽게 정리된 것이다. 종이 신문은 하루 동안 뉴스를 숙성시킨 것이라는 점에서 독자에게 제대로 된 뉴스와 코멘트를 전달하는 것이다. 구독자가 인터넷보다는 인쇄된 종이 신문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같이 팩트와 함께 코멘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종이 신문은 대체로 논조가 일정하고, 그래서 보수적 신문과 진보적 신문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자기 좋아하는 논조를 지닌 신문을 옆에 두고 읽을 수 있고, 심심하면 또다시 계속하여 볼 수 있다는 묘미가 종이 신문이 가지는 하나의 장점이다. 인터넷 신문도 계속하여 볼 수 있다는 점은 있지만, 홍수처럼 너무 많은 기사가 쏟아짐으로써 자기가 선호하는 기사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단점이랄 수 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고 하였다. 여기서 신문은 당연히 종이 신문을 지칭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정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서 첩보성 뉴스를 전달하는 신문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였다. 지금과 같은 정보 홍수 속에서 독소적 첩보성 뉴스는 심신을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뉴스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되고 검토된 논평이 함께 있는 종이 신문은 우리의 심신을 훨씬 활기차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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