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화재로 건물 자체가 사라진 대구 중구 서문시장 4지구 복구가 5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대구시설관리공단 직원이 화재로 폐쇄됐던 서문주차빌딩을 6일 개방하기 위해 주차장 내부를 청소하고 있는 가운데(위) 서문시장 건어물 상가에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아래).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대형 화재가 발생한 서문시장에 삶과 절망이 공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직접 피해를 받은 4지구 주변은 여전히 한숨으로 둘러 쌓였다.

5일 오전에 찾은 서문시장은 화재의 여파가 남아 있는 것처럼 다소 썰렁했다.

장사를 위해 상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은 다소 찾아 보기 힘들었다.

다행히 오후로 접어들면서 서문시장은 평소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 보였다.

중앙 대로 통제가 해제되면 부지런히 물건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주차빌딩 앞 대로 노점상들과 건너편에 있는 건해산물상가, 5지구 상가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흥정을 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노점 음식점도 허기를 달래기 위한 시민들과 상인들의 주문 소리가 들렸다.

화재 전과 같은 활기는 아니지만 상권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해결되는 모습이었다.

도매상을 찾아 물을 구입, 작은 승합차로 옮겨가는 소매 상인들도 화재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차빌딩 맞은 편에서 수산물을 파는 김모씨(61·여)의 노점상도 비록 많진 않지만 손님들이 수산물을 구입하는 등 평소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 씨는 “처음 화재가 났을 때는 중앙 대로가 통제 돼 언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그나마 복구가 다소 빨리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고 전했다.

김 씨의 노점상과 같이 다른 지구의 경우 시민들이 평소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발길이 이어졌다.

다른 지구가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반면 4지구 상인들의 근심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차빌딩 사이 길로 4지구 앞으로 들어가자 아직 탄내와 연기가 남아 코와 눈을 괴롭혔다.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불씨를 잡기 위해 소방차 1대가 대기하고 있으며 현장 통제를 위해 경찰과 공무원들은 여전히 분주했다.

4지구 상인들은 자신의 점포를 눈으로 한번 보려고 화재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장벽 작은 구멍으로 자신의 상점을 찾았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불 타버리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점을 확인한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많은 물건들을 사다 놓은 상점들이 대부분이라 상인들의 막막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한 4지구 상인은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며 “지난 4일 오전 그나마 쓸만한 물건을 찾기위해 내부로 들어갔지만 모두 불에 타 건질 것이 하나도 없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4지구 상인들의 한숨은 이웃한 1지구와 아진상가도 들렸다.

불은 옮겨붙지 않았지만 1지구는 웃·이불·커탠·한복들과 잡화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결국 진화를 위해 공중에서 물을 뿌리거나 지상 진화 과정에서 1지구까지 영향을 미쳤다.

옷 등에 구정물이 스며들고 탄내가 배겨 물건 상품 가치가 많이 떨어져 상인들의 근심을 더 했다.

1지구에서 옷을 판매하는 장순자 씨(63) 가게는 상품의 20%가 이 같은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씨는 “불은 타지 않았지만 우리도 피해가 극심하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절반 가격으로 상품을 팔아야 되지만 드러내 놓고 하소연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4지구 골목 쪽과 다소 떨어진 노점상인들도 일단 장사를 접었다.

마치 자신들이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문시장 밤을 밝히던 야시장도 잠정 중단 됐으며 야시장 점주들은 4지구 상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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