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언제 알았는지 기억 안나…" 질의 90% 집중 ‘이재용 청문회’ 방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전경련과의 관계에 대해 답변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더 이상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고 기부금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질의에서는 9명의 대기업 총수가 출석했지만, 이 부회장 한 명에게 거의 90%에 가까운 질문이 쏟아져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그는 자신에게 연쇄적으로 질문이 들어오자 바짝 긴장한 채로 답변에 나섰고, 때때로 까다로운 질문이나 호통을 치는 듯한 질타가 이어질 때는 난감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답변 중간중간에는 입술을 굳게 다물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 당혹해 하는 표정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 집요하게 캐묻는 의원들의 공세에 끝내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기억을 되짚어보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도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최씨 딸 정유라 승마 지원 자금에 대한 대가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에 기부금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하자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의 언급은 삼성이 사실상 전경련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탈퇴’를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삼성이 ‘전경련 회비’를 더 이상 납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전경련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말씀드릴 자격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약속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추궁에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경솔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압력이든 강요든, 제가 철저히 좋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하겠다. 국민들 여론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 합병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이 부회장은 질의 초반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저 자신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뭐가 창피하냐’고 파고들자 “승마 관련 지원이 투명하지 못했던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지원 건에 대해 누구로부터 보고 받았냐는 추궁에는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자리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나중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나중에 얘기를 들어봐도 승마는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지원한 것을 인정한다. 그 부분에 대해 후회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등의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며 대가성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7월) 30~40분 독대했는데 기부해달라는 얘기는 없었다.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출연을 해달라는 걸로는 이해를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면서 “그는 ”문화융성과 스포츠·체육발전을 위해 삼성도 지원해달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7월 독대가 있었을 때는 ”삼성물산이 이미 주주총회도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다수 특위 위원들이 빼놓지 않고 최순실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를 강도 높게 캐물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죄송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한테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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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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