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많아요 나는
튼실한 나의 어깨를 사람들 주목할 때
두려웠죠 빈속이 들통날까
부러 어깨를 구부려 굴곡을 만들어요
풍채가 있으면 깔보지 않을 테야
둥글어지지 않기로
조금 더 붉어지기로 했죠
밤마다
들여다보는 나는 그럼에도 자주 공허하고
근심이 늘어가요
씨처럼 생긴 걱정이 날 가득 채워요
무엇을 싹 틔울 수 있을까요
익어가는 생의 기록들

오늘도 고민만큼 어깨가 자라요



감상) 파프리카를 생각하다 아프리카를 생각한다. 아프리카에 가면 맨발이 많고 벗은 어깨가 많고 파리가 많고 고민이 많고 고통이 많다. 아프리카를 생각하다 파프리카를 생각한다. 파프리카는 시들어도 짓물러도 썩어도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참 곱게 죽어가는 파프리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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