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구 포항시 장량동 자생단체협의회장
얼마 전 집으로 오는 길에 정말 멋지고 감격스러운 광경을 보았다. 분명 최근까지 아무것도 없이 잡풀만 우거져있던 부지가 꽃밭으로 변해 노랑색, 주황색 알록달록한 메리골드 꽃들로 피어있는 게 아닌가. 주민들의 휴식처와 힐링공간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주민들을 위한, 이런 감동적인 깜짝 이벤트를 과연 누가 했을까? 너무 궁금해서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포항시와 장량동주민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클린장량 공한지 환경정비사업’이라고 한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래. 이거야말로 요즘 포항시가 역점을 두고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웨이 사업이자, 창조도시의 첫걸음이 아닌가. 이와 함께 공한지를 새로운 주거환경으로 창조한다는 점에서, 공한지를 창조적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창조도시 만들기’의 모델로도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장량동 공한지에 쓰레기 불법투기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도시개발로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면서 개발준비 등으로 방치된 공한지에는 잡풀이 우거지고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여름철에는 악취와 함께 파리, 모기 등 해충의 온상지로 인근 주민들의 주거환경과 건강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장량동에서도 그동안 부단히 노력했다. 공공근로 인력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환경정비활동을 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불법투기금지 캠페인도 펼쳤다. 특히 장량동주민센터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던 것은 매주 금요일마다 실시한 ‘장량 클린데이 활동’이다. 클린데이 활동은 자생단체 회원들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한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캠페인도 펼치는 생활공간 환경정비활동이다. 우리 동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필자도 종종 참여했다. 주민들의 시민의식이 점차 바뀌어가는 등 분명히 효과는 있었지만, 단순 클린데이 활동만으로는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었다.

대책 마련을 위해 이제 포항시에서 발 벗고 나섰다. 지난 7월 시 간부공무원과 필자를 비롯한 주민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한지 환경문제 대책을 위한 장량동 현장타운미팅에서 이강덕 시장이 시 전체 공한지 전수조사를 지시하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당부하며 공한지 환경정비사업이 시작됐다.

사업의 효과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공한지가 주차장으로, 꽃밭으로 몰라보게 깔끔한 모습으로 달라지자 시민을 먼저 생각한 행정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겼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흙먼지만 날렸던 횅한 매립장 부지가 아름답게 코스모스 꽃밭으로 깜짝 변신한 모습은 자못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양덕지역의 공한지 정비사업이 단순한 공한지 정비사업이 아닌, 우리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포항 Green Way’의 모델로 사람과 생태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지속 가능한 포항 발전에 작은 기여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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