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내 마음을 알아챈 순간들을 따스하게 담아낸 에세이.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의 사적인 체험과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시외 그림을 거치면서 보편성을 획득하며, 독자들에게도 친밀한 공감의 순간을 선사한다.

또한 시와 그림과 관련된 교양지식을 곁들여 시외 그림을 겹쳐 있는 기쁨, 그것을 위한 새로운 시, 그림 읽기의 기술을 소개해 준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발견한 순간에 출현하는 기쁨과 슬픔, 애도와 성숙한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이때, 시와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견디고 감추고 지우는 것을 ‘어른답다’고 여기는 관점에 균열을 내며, 외로움, 그리움, 미움, 놀라움 등 마음의 무한한 영토를 탐험하게 한다.

시를 좋아하지만 그림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오랜 친구가 손으로 써서 보낸 편지 같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 역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시와 그림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또는 그런 만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다.

작가 이운진은 이렇게 말한다.

“나라는 존재의 작은 맥박을 들려주고 싶었으나 세상에 늘 지곤 했다. 눈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는 슬픔이 쌓이면서 시를 쓰는 날이 시작됐다. 힘찬 삶을 꿈꿨던 만큼 지쳐가던 시절, 화실을 동경하던 어릴 적 마음으로 그림 보는 사람이 되어 시와 그림 사이 어디쯤을 여행하듯 지냈다.

때로는 시가 밤하늘을 그려주고 때로는 그림이 침묵을 읽어 주었다. 그곳에서는 슬픔도 멋진 동반자였다. 나에게 슬픔을 쓰는 건 슬픔을 포옹하는 일임을 알게 해 준 시와 그림 속 목소리들, 그것을 글로 옮겼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여행처럼 오늘도 마음이 부르는 풍경 속으로 간다.”

작가는 그동안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과 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를 펴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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