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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퇴진문제로 전국이 소용돌이에 쌓여있다. 탄핵을 중심으로 급변 또 급변하는 정국의 전개는 국가의 장래를 극히 불안하게 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국민교육에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마침내 6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불러 면담한 자리에서,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안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비박계가 무조건 탄핵으로 의견을 모으자, 사퇴 없이 그냥 법의 심판을 받겠으며, 최종 판결 때까지 본연의 임무를 완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12월 9일로 예정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중도 사퇴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렇게 되면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세력의 반발과 집단항의는 아주 드세질 것이다. 나라는 거의 무정부 상태로 갈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국운이 어디로 흐를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우리 민족은 수천 년래 갖은 고난과 혼돈을 이겨왔기에 막연히 그래도 잘 풀려나가겠지 하는 믿음을 버리기 싫을 뿐이다. 여기서 필자는 이 정도에서 모두 냉정을 찾으며 법치에 맡기자고 외치고 싶다. 현재 특검이 착수되고 국회에서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왕조국가나 독재국가에서 통치권자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며 나라를 도탄으로 내몰면, 국민이 단결하여 힘으로 응징하고 그를 쫓아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영국의 명예혁명이고 프랑스의 대혁명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피가 흐르고 국민이 쪼개지는 무리와 부작용이 따른다. 그래서 근대 이후 민주국가는 모두 법치주의를 선택하였다. 국민이 확정한 헌법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이 위법한 행위를 할 때, 탄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한 이 방법은 헌법제정권자로서의 모든 국민이 합의한 헌법 원칙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최고법이며 근본규범이다. 이것을 어기고 부인하면 그는 더 이상 한국의 국민이 아니며 민주공화국의 국체를 부인하는 자가 된다. 법은 만인에 평등하다. 모든 범죄자도 최종판결 때까지는 무죄의 추정을 받는다. 대통령에게도 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이상, 아무리 많은 국민이 청와대 앞에 모여 퇴진을 요구하더라도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와중에 그래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며 물러나지 말라고 외치는 국민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현금의 사태는 국민교육에 아주 해롭다. 우리의 국어사전에 관용이란 말은 사라지고 있다. 분노하고 흥분하는 대중을 큰 안목과 넓은 도량으로 어루만지고 달래어 대화합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몇 번이나 사과하고 책임자가 모두 해임되고 관계자는 모두 구금되었다. 그런데 야권지도자는 승기를 놓칠세라 협상은 없다며, 어느 누구도 국민대 화합을 목표로 하면서도 지금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가의 기강을 쇄신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도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참으로 지도자가 없는 시대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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