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의 핵심 관건이었던 강압과 대가성에 대해 재벌총수들이 대부분 부인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2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룹 총수들은 하나같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강제성은 일부 시인하면서도 사업 특혜나 총수 사면 등을 위해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룹 총수들은 6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대가성 등을 추궁한 데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모두 9명의 총수가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단 출연이 삼성그룹의 안정적인 승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가성이 있다는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지적에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진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도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부분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한 일이 있다고 시인한 뒤 당시 “(대통령이)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 위해서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주는 게 경제 발전, 관광산업 발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씀은 계셨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이 서울 면세점 추가 입찰과 ‘형제의 난’ 수사 관련 로비가 아니냐는 의혹에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롯데는 올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돌려받은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이라며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의 자금을 놓고 최 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이번 국정 조사 제1차 청문회에서는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특혜지원 의혹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위 위원들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한 포석 작업이었으며, 실제 청와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정권 실세를 통한 조직적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은 “삼성은 최 씨 일가에 개별적으로 100억원을 지원하고, 유럽에서 말을 구입해 정 씨가 타고 다니도록 했다”면서 “정 씨가 국제스포츠 마장마술에서 등수가 560등인데 이런 선수를 2018년 올림픽에 메달을 따게 하려고 많은 투자를 하느냐”고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세계적인 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연금의 일개 본부장인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다”면서 “그때 홍 전 본부장이 이 부회장에게 1:0.35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조정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에게 “삼성으로부터 합병에 찬성해 달라는 압력 전화를 받았느냐”면서 “찬성하면 삼성생명, 삼성화학 등에 대한 주식투자 운용자금에 페이버(favor·혜택)를 주겠다고 했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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