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녀 자신조차도

아주 잠시 동안 그녀는 완벽했다
새의 입속처럼 붉게 젖었다

그녀는 튤립이 된 줄도 모르고
노란 꽃술을 머리에 얹은 채
터질 듯 아름다웠다
섬광이 비쳤다

신맛을 생각할 때처럼
곧 전혀 다른 것이 밀려들어와
빛을 덮었다



<감상> 나도 모르는 나를 읽어주는 당신이여, 나도 놓치는 나를 불러주는 당신이여, 아무리 불러도 들을 귀가 없다는 것조차 나는 모르고, 당신의 그 목소리를 나는 못 듣고, 그러므로 여전히 나도 모르는 나로 흘러가는 나날이여, 싱싱한 레몬 한 조각 입에 문다면 정신이 번쩍 들 것도 같은 나날이여.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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