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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주)컬처팩토리 대표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힘들어하고 있다. 이 와중에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현 정부에서 ‘한류’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문화나 한국산 제품을 규제하고 금지하는 명령)’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중국의 ‘한한령’은 문화 부분에서 시작되었지만, 경제·관광 등 전 분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부문과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전방위적 세무조사를 비롯해 한국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는 지역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중국 스촨성(四川省) 광위엔시(廣元市)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중합작영화 <메이파밍짜(美髮名家)> 제작을 위한 기자회견 및 합작 선포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중국 광위엔시부시장, 광위엔시문화관광국장 등 공무원을 비롯하여 중국 측 합작영화사인 북경화산영화사 관계자, CCTV 영화국장과 이 영화의 시나리오와 감독으로 결정된 필자가 참가하였다. 지역산 문화콘텐츠가 한류 바람을 타고 본격적으로 거대한 중국문화시장에 진출하는 첫걸음이었다.

중국은 2014년 기준으로 3만 개의 영화스크린과 연 관중이 10억 명이 넘고 매년 300억 이상 매출액을 기록하는 영화가 100편 이상 배출되는 거대한 영화시장이다. 이런 영화시장에 2010년 대구에서 필자가 뮤지컬로 연출, 제작한 ‘미용명가(美容名家)’가 국내에서 300여 회의 공연을 기록하는 등 관중의 호응을 얻은 후 2012년에는 중국에 진출하여 강소성연극단과 합작으로 중국판 뮤지컬 ‘美髮名家·메이파밍짜’로 제작되어 지금까지 중국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난창(南昌), 타이창(太倉) 등 여러 곳에서 50여 회 공연되어 한류 공연의 바람을 일으키고 급기야는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었다. 이는 한국 무대공연작품이 중국과 합작으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첫 케이스로 또 다른 한류의 방향 제시는 물론 지역문화계로서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양국의 배우와 스태프가 공동 참여해 내년 2월 중국의 1만 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으며 계획대로라면 지난 9월 5일부터 중국 광원시에서 촬영을 시작하여 10월에는 대구·경북에서 촬영을 마칠 예정이었다. 중국에 유학 중인 한국 대그룹의 후계자인 ‘최원훈’이 중국 유학 중, 대학 근처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여자주인공 ‘이삽’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차이와 편견을 이겨내고 국경을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을 찾는 내용의 영화이다. 만약 이 영화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대구·경북의 대중국 브랜드상승과 영화 촬영지인 대구·경북지방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이해하며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지로 소개됨으로써 대구·경북이 중국 관광객의 한류 바람의 중심지로 부상하여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중단되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지난 2일 ‘한·중 통상 관계 점검 회의’를 열고 중국 정부의 ‘한한령’에 따른 우리 기업에 대한 중국의 다양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역에서도 문화를 비롯한 경제 분야 등의 다양한 분야가 ‘한한령’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 실정이다. 지방정부도 ‘한한령’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분야를 조사하여 지역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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