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한 나라다. 과도한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든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한국과 같다. 일본은 이러한 교육풍토를 바꾸기 위해 ‘유토리교육(餘裕敎育·여유교육)를 도입했다. 유토리교육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사고력과 표현력, 남을 위한 배려 등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했다.

교과목 영역을 뛰어넘어 교육하는 종합학습시간을 제정하고,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수업내용을 30% 감소시켰다. 수업시간도 10% 줄였다. 이 유토리교육으로 서구 선진국에 비해 연 100시간 가량 수업량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유토리교육은 2002년부터 일본 공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기초학력 저하현상 등 부작용이 심화 돼 2007년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학력 강화 교육방침으로 선회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6일 발표한 2015년 국제학업성취평가에 나타난 한국 학생들의 성적이 역대 최하 순위였다. 지난 2006년 평가에서 한국은 읽기 1위, 수학은 1~4위, 2000년에는 과학이 1위였다. 하지만 2012년 읽기 1~2위, 수학 3~5위, 과학 5~8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더 떨어져 순위 하락세가 뚜렷했다. 3년 새 한국 학생들의 수학평균은 30점이나 뚝 떨어졌다. 15년 전 1위였던 과학은 9~14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많은 교육자들이 일본의 유토리교육처럼 우리나라 교육이 대학 수시모집 확대 등 이른바 ‘쉬운 수능정책’으로 바뀌면서 교육 내용을 줄이거나 학업 부담을 덜어주고, 쉽게 가르치려는 경향이 확산됐기 때문일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풀이식 수업이 줄고 대신 토론, 발표수업이 늘면서 지필고사 형태의 시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있지만 성적 하락 폭이 너무 큰 것이다.

정부가 소규모 학생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교육방식으로 교육정책을 개선한 싱가포르와 유토리교육에서 벗어나 수업시수를 늘리는 등 국가 교육정책을 바꾼 일본 학생들의 성적이 약진한 것을 보면 한국 교육계가 한번 쯤 깊이 성찰해 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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