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감상> 첫눈이라고들 했다. 흔적도 없이 다녀가셨다. 기다렸던 건 눈이 아니라 그런 날 잡은 약속 같은 것이었다. 쌓이는 눈이 아닐 걸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들자 했다. 그러므로 약속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첫눈을 기다렸다. 약속이 있으므로 해마다 첫눈은 오고 해마다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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