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 장군 휘하에 원유남이라는 참모가 있었다. 권율 장군에게 꾸지람을 들은 원유남은 갑자기 적진으로 뛰어들어 왜적을 마구 죽이고 돌아와 용서를 빌었다. 원유남의 돌출행동이 황당했지만 31세의 혈기 왕성한 결기가 전화위복이 됐던 것이다.

조선조 순조 때 허황은 무과에 응시했다.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성질이 불같은 허황은 왜 자기가 낙방했는지를 따지기 위해 대궐로 직행했다. 대궐 문지기의 제지를 뚫고 궁궐 안으로 들어간 허황은 병사들에게 붙잡혀 옥에 갇혔다. 궁궐 난입 죄로 죽게 된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옥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허황은 궁궐 안이 떠나갈 듯이 고함을 질렀다. “억울하오, 억울하오, 나만큼 무예에 능한 자가 없다고 생각, 무과에 응시했는데 임금을 위해 나라를 위해 바칠 하나뿐인 목숨인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소” 허황이 고래고래 외쳐대는 소리가 임금 귀에까지 들어갔다. 임금은 승지를 시켜 어명을 전달했다. 임금이 직접 급제한 것으로 인정하고 벼슬을 내렸다.

자신의 무엄한 돌출행동도 용서해 살려주고 벼슬까지 내려준 임금이 한없이 고마웠다. 허황은 임금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했다. 그 뒤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자 진압군을 이끌고 평안도 정주에서 반란군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허황의 튀는 행동이 황당하지만 전화위복이 된 케이스다.

이처럼 튀는 언행이 전화위복이 된 사례와는 달리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특히 우리 사회 지도층 중에서 튀는 언행을 남발, 국민을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제 우리나라도 명문학교를 나온 좋은 가문 출신의 훌륭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고졸 출신 노 대통령을 폄하 하는 야당 최고위원의 황당한 발언이 국민의 뭇매를 맞았다.

최순실 사태와 더불어 튀는 언행을 남발하는 지도급 정치인들이 국민을 황당하게 한다. 국무회의서 느닷없이 ‘국무위원 총사퇴’를 요구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 ‘고구마’, ‘사이다’로 치고받는 문제인, 이재명의 ‘돌출 난무’도 점입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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