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 소추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또 하나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사실상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심판은 끝났고 헌법재판소의 법적 심판이 남았다.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해서 문제 해결의 끝은 아니다.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 헌법상 정치의 두 주역은 대통령과 국회다. 이제 정치는 두 축 중 한 곳이 붕괴되고 나머지 한 축인 국회만이 남았다. 이제 국회가 어지러운 이 나라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답해야 할 차례다. 대통령이 통치능력을 상실한 이상 국회가 중심이 돼 난국을 수습해야 함은 당연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정국의 불안정성이 여전하다. 국정의 공백은 더욱 불안하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날 때까지 야당은 정국을 안정시키는데 조건 없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안 가결 후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은 잘한 일이다.

탄핵 전선에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야 3당은 곧바로 차기 ‘대선판’의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권은 촛불민심을 동력으로 정권교체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 직하다.

탄핵안 가결 후 정국수습은 기본적으로 법을 따르는 것이 순리다. 향후 정국 수습책과 관련한 야권의 황 총리 흔들기는 ‘초헌법적 발상’이기도 하지만 국정 리더십 붕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제 야당은 거리의 민중 분노에 편승하지 말고 제도권 정치 구현에 지혜를 고민해야 한다.

행여나 대선이 눈이 멀어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면 국민은 다시 국회를 탄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끈 민심을 또 다시 분노하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탄핵국면에서 한 줌 권력을 부여잡기 위해 발버둥 친 헌정 이래 가장 추한 구태를 보인 새누리당 친박 세력이 정치에서 추방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서서히 강해지는 것이 또 다른 민심의 분노의 한 유형일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를 거쳐 ‘87년 체제’의 민주화 시대가 경상도 전라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과 패거리 정당 정치로 출발한 게 오늘날 비뚤어진 민주주의 화근이다. 87 체제는 저물어 가지만 협상과 타협을 통해 정치적 해법을 찾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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