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반대에도 정식 안건으로 채택…이산가족·납북자·외화벌이노동자 등 구체적으로 거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3년 연속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안보리는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9개 이사국의 요청에 따라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이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안보리가 다루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했으나, 정식 안건 채택 여부를 묻는 절차 투표에서 찬성 9표와 반대 5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절차투표에서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없으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채택된다.

절차투표에서 찬성한 이사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스페인, 우크라이나, 우루과이였으며, 반대는 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집트, 앙골라였다. 세네갈은 기권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안보리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 것은 2014년 이후 3년 연속이다.

또 안보리가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다룬 것은 2005년 짐바브웨와 2006년 미얀마에 이어 북한이 세 번째다.

절차투표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회의에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질타와 함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올해 회의에서는 전반적인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는 물론 이산가족과 납북자, 외화벌이 노동자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들의 인권 유린을 우려했다.

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이 북한 인권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됐다.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은 북한 인구의 70%가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4분의 1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며, 5분의 1은 깨끗한 물도 구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특히 이산가족의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벳쇼 고로 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하고 있는데도 개선되는 신호가 없다”면서 “북한 정권은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보다는 북한 주민의 복지에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납북자 문제를 집중 거론하면서 이들의 나이가 더 많아지기 이전에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매튜 라이크로프트 영국 대사는 외국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현대 노예’라고 표현하면서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함께 북한 정권에는 인권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신임 유엔주재 한국대사로 부임한 조태열 대사는 공개 처형과 고문, 정치범 강제 수용 등이 지금도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개발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행동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정의가 지체되면 정의는 부정되는 것”이라는 윌리엄 글래드스톤의 말을 인용해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안보리 회의 직후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대표부 공동 주최로 탈북 이산가족의 인권을 다루는 부대 행사가 열렸다.

서맨사 파워 미국 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탈북자 출신인 김정아 통일맘회 대표와 역시 탈북자 출신인 미국 대학생 조셉 김이 나와 탈북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에 대해 증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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