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大憲章)’ 라는 군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 6월 15일 영국 존왕이 템즈강변 러니미드 초원에서 귀족들이 요구한 문서에 날인함으로써 탄생했다. 사자왕 리처드 1세의 뒤를 이어 즉위한 존왕의 계속된 폭정과 과도한 징세를 참다못한 귀족들이 힘을 모아 왕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성문화한 것이었다.

처음 내용은 교회의 자유, 귀족과 상인의 재산권 교역권 보장, 사법제도 개혁, 지방관리의 직권 남용 방지, 왕실의 행동 제한, 왕의 외국인 용병 해산, 왕의 헌장 위반 시 대응책 등이었다. 그러나 수 차례 개정된 끝에 1225년 완결된 대헌장이 나왔고 이는 1297년 에드워드 1세에 의해 공포됐다. 이렇게 해서 13세기에 비로소 법에 의한 통치가 시작된 것이다.

마그나 카르타의 39조 ‘합법적 재판 없이 누구도 체포 감금 추방되지 않고 재산을 몰수당하지 않는다’는 이후 ‘권리청원(1628)’과 ‘권리장전(1689)’은 물론 미국 연방 수정헌법 5조(누구도 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9일 국회가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대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광장의 촛불 민심이 관철됐지만 그 방향은 안갯속이다. 하지만 그 방향은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의 논평처럼 새 시대를 의미하는 ‘서울의 봄’, ‘대한민국의 봄’인 것은 분명하다.

큰 고통 속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완성됐듯이 우리가 겪은 아픔과 힘든 순간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1789년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인권선언을 통해 세계사에 기여했다. 우리에게도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한 선언, 권리장전이 필요하다”고 온라인 레터 ‘겸사겸사’에서 밝혔다.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강령을 만드는 국민운동을 제안한 것이다.

정치권은 촛불 민심을 정치적 유불리로 따져서는 안 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도 엄정하게는 정치의 후진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참에 헌정 질서를 바로잡고 민주 선진 국가의 기틀을 세우는 절호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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