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해안권본부장
국립경주박물관에는 국보 29호인 성덕대왕신종이 보존돼 있다.

신라 전성기 최대 걸작으로 높이 333㎝, 구경 227㎝, 둘레 709㎝인 이 종은 혜공왕 6년(770년)에 완성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이면서 세계적인 예술품이기도 한 이 종은 일명 ‘에밀레종’으로도 불린다.

종소리가 마치 아기가 자신의 어머니를 애타게 찾는 듯한 소리여서 ‘에밀레종’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종을 만들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넣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린다는 슬픈 얘기를 간직한 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종은 오랜 세월 동안 신비하고 은은한 여운이 감도는 아름다운 소리로 성덕대왕의 공덕과 국태민안을 기렸다.

처음 봉덕사에 달았다가 조선 시대 영묘사로 옮겼으며, 다시 봉황대 아래에 종각을 짓고 보존했다.

그 후 1915년 8월 종각과 함께 동부동 옛 경주박물관에 옮겨 오랜 기간 보관돼 오다 1975년 현재의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전돼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덕대왕신종의 크기, 소리, 문양 등을 실물과 똑같이 재현한 ‘신라대종’이 최근 탄생했다.

‘신라대종’은 천년고도 경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인 노동동 옛 경주시청사에 마련된 종각에 안치됐다.

‘신라대종’의 모델이 된 성덕대왕신종은 1992년 제야에 33번 종을 친 뒤 한동안 타종을 중단했다가, 1996년 학술조사를 위해 시험으로 타종했다.

그 뒤 2001년 10월 9일, 2002년 10월 3일, 2003년 10월 3일에 타종 행사를 열었으나, 이후로는 보존을 위해 타종을 중단했다.

신종을 옛 경주박물관에서 현재의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길 때 수만 명의 시민이 참가해 장관을 연출했다고 한다.

신라대종의 종각 안치도 성덕대왕신종 이송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이뤄졌다.

올해 4월 주조를 완료한 신라대종이 경주에 첫발을 내디딘 곳은 성덕대왕신종이 보존돼 있는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이었다.

이곳에서 종각까지는 수백 명이 긴 행렬을 이루면서 대종 맞이 퍼레이드를 펼쳤다.

신라대종이 설치된 종각에서도 수많은 시민이 모여 농악, 신라금연주 등으로 대종을 맞았다.

시민들도 관광도시 경주에 새롭게 탄생한 관광 랜드마크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신라대종은 성덕대왕신종과 거의 유사하도록 설계하고 제작한 복제종이다.

하지만, 소리만은 성덕대왕 신종을 완벽하게 되살렸다고 한다.

성덕대왕은 삼국통일 후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실현하고 사회 전반의 전성기를 이룬 왕이다.

성덕대왕 신종은 이러한 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신종을 재현한 신라대종도 나라가 평화롭고 시민들이 많은 복락을 누릴 수 있도록 아름다운 소리를 울렸으면 한다.

이 종소리는 지진과 태풍을 겪은 시민들이 고난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고, 경주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한 발짝 더 도약하는 견인차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나라의 근심·걱정이 사라진다는 만파식적 소리처럼, 신라대종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탄핵정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황기환 동해안권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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