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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의 고전시담]서위(徐渭) '묵포도도'(墨葡萄圖)의 제화시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록일 2016년12월11일 20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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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전 검찰총장
半生落魄已成翁 (반생낙타이성옹·불우한 반평생 끝에 이미 늙은이되어)
獨立書齋嘯晩風 (독립서재소만풍·서재에 홀로 서서 저녁 풍경을 읊조려 본다)
筆底明珠無處賣 (필저명주무처매·그린 명주는 팔 곳이 없어)
閑抛閑擲野藤中 (한포한척야등중·내키는 대로 덤불 속에 던져진다)

이 시는 서위가 감옥을 나온 후 금릉을 유랑하며 시·서·화로 생계를 삼아 곤궁하게 지낼 때의 처지를 읊은 것이다. 명주 같은 사람이지만 알아 주는 이가 없어 덤불 속으로 함부로 버려지는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있다. 특히 이 시를 제사(題詞)로 쓴 그림을 보면 이런 그의 처지와 심경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능력이 있음에도 등용되지 못한 것이나 세상의 불합리에 대한 증오, 대자연에 대한 애정 등이 그림의 구도와 용필, 그리고 시와의 배합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워낙 개성이 강하여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명나라 때의 문인화가인 서위는 기이한 것을 좋아하고 매이기를 싫어했으며 오만하고 독특했다. 어려서 고아가 되었으며, 똑똑했지만 과거에 여러 차례 낙방했다. 아홉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고 하며 미친 상태에서 아내를 죽여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고 10여 년 동안 곡기를 끊고 지내기도 했다. 그의 불우한 인생 역정이나 비참한 신세, 정신적인 고통은 역사상으로도 보기 드문 경우이다.


그를 보면 빈센트 반 고흐가 떠오른다. 고흐는 동거하던 화가 고갱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해달라며 자신의 손을 태웠으며, 수차례 발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결국에는 배에 권총을 쏘아 자살했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보여 준 그림에 있어서의 천재성이 특히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서위는 이런 모든 고통을 창작에 쏟아 시·서·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저 유명한 정판교 (鄭板橋)나 제백석 (齊白石)이 그를 흠모하여 스스로 인장에 ‘청등문하의 주구 (靑藤門下走狗)’라고 새겨 사용한 것만 보아도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스스로는 서예가 제일, 시가 제이, 문장이 제삼, 그림이 제사라고 말하였다고 하며, 서는 초서에 능했고 그림은 화훼화에 특히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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