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므라는 말, 심심하지 않은가 수면 위의 ‘드’와 거울이라는 ‘므’의 부력을 생산하는 후설모음이다 물을 마시고 저장하는 낮고 넓적한 독이라는데, 찰랑거리는 물소리 대신 말을 잘 구슬리지 못한 혀가 앞장서면서 계면쩍다 드므의 손잡이를 잡는데, 물 냄새가 훅, 다가오면서 브라운 운동하는 물결의 수화문이 어지럽게 다시 물드므라고 들었기에 어떤 눈썹이 스쳤다 부적을 붙였기에 제 몸피보다 열 배 천 배는 되는 물의 둥글고 모난 부피가 부풀었다 물이 물을 삼키듯 물도 꾹꾹 쟁여놓을 수 있다 물의 입에 물을 퍼 담거나 물이 물을 쥐어짜거나 물은 물의 체온조차 외면할 수 있다 불귀신의 얼굴을 요모조모 비추는 거울 같다는 드므, 물드므이기에 결국 가장자리는 개진개진 젖었다 하, 그렇게 불을 해찰하던 드므, 내 눈물이 필요하다는 드므, 경복궁 근정전, 월대 모서리를 지그시 누르는 평생이 있다 드므라는 말, 무거운가 가벼운가





감상)이것은 닫힌 문이 아니라 열린 문,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기다리느라 돌멩이 하나 끼워 살짝 열어 둔 양철대문, 이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말줄임표, 안녕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해 말끝을 흐리는 인사, 이것은 남은 슬픔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슬픔, 남은 내일에 있을 슬픔을 기다려보는 두근거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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