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까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던 새누리당이 탄핵 이후 막장 당권 투쟁에 나섰다.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비주류 간에 서로 삿대질을 하며 ‘니가 당을 떠나라’며 날 선 공격을 퍼붓고 있다. 한국 정당의 후진성에 어느 정도 예상한 모습이지만, 국민의 눈치는 조금도 보지 않는듯한 행태가 가관이다. 꼴불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권 내 친박계는 희대의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책임을 오로지 박 대통령에게만 지우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런 ‘졸개’들을 데리고 정치를 했다니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국회의원직 사퇴나 2선 후퇴를 자청해야 할 친박계가 자중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이들은 백주에 대규모로 세력을 규합, 현역 의원만 50명이 넘는 매머드급 공식모임을 정식 발족하기로 했다니 염치가 없기로는 상상 이상이다. 11일 밤 모임에서는 탄핵을 주도한 당내 비주류계 핵심인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축출하기로 했다는 결론도 내렸다고 한다. 친박계는 당권을 장악하고 친박이 주도하는 비대위 체제를 꾸리기로 했다.

자신의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그것도 자당 소속 의원의 거의 절반이 찬성에 동참해 통과될 정도의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면 그 정당을 이끌었던 핵심세력이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직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집권 핵심세력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담겨 있다. 앞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국민의 냉혹한 심판이 있을 것이다. 친박계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보수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촛불민심을 너무도 모르는 몰지각한 구태다.

친박계 움직임에 맞서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는 이정현 대표 및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 8명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국정을 농단하고 민심을 배반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중단하라면서 친박 모임 해체를 촉구했다.

문제는 건전한 보수 재건을 희망하는 지지층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보수인지 수구인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이대로 보수가 패배할 경우 영영 재기의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보수층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여당 내에서 보수의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인 것 같다. 시민사회에서 보수정당의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보수와 개혁(혁신)이 상호 견제와 경쟁이 바람직한데 보수의 축이 무너지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다. 민심에 역행하는 정치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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