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3남 이사장 비롯해 친인척 공모 14억3천만원 수수…전 이사장 등 5명 구속

속보= 경북일보가 12일 인터넷판으로 단독 보도한 대구 모 사학재단 교사 채용 비리(본보 12월 13일 5면)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종혁)은 1억3천만 원~2억 원씩 총 14억3천만 원의 대가를 받고 여고와 중학교에 9명의 교사를 부정 채용한 혐의(배임수재)로 대구 달서구 사학재단 전 이사장 손모(65)씨와 여고 행정실장인 손씨의 큰딸(35), 교육장 출신의 재단 이사 권모(66)씨, 재단 이사 이모(66)씨, 교사 출신으로 자신의 자녀를 돈 주고 채용하고 브로커 역할까지 한 백모(64)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지낸 손씨로부터 채용 대가로 받은 돈 가운데 6천500만 원~1억 원 정도를 나눠 가진 손씨의 여동생 3명을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손씨에게 자녀 채용 대가로 돈을 준 여고와 중학교 교사 부친 이모(68)씨 등 6명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부친 3명은 범행 자백과 수사 협조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수사의 단초는 공교롭게도 설립자의 장남이 제공했다. 재단 운영을 3남인 손씨에게 빼앗긴 설립자 장남이 올해 6월 교사 채용 비리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고발했다가 곧바로 취하했으나, 검찰은 계좌수색 등 자체 인지 수사를 벌여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이 사학재단의 수법은 노골적이었다. 설립자의 자녀와 친족들이 족벌체제로 인사권을 쥐고 학교를 장학하면서 빚어낸 결과다.

2009년 10월까지 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작년 10월 말까지 재단 이사를 맡은 설립자의 3남 손씨는 산하 여고의 행정실장인 맏딸, 재단 이사 등과 공모해 달서구 지역에서 운영하는 여고와 중학교 교사 9명을 채용하면서 1인당 1억3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재단 이사들이 일정한 소개비를 받고 채용 희망자들을 모집하는 등 브로커 역할을 했고, 자녀 채용 대가로 금품을 낸 응시자 아버지 대부분이 교육계 인사들로 밝혀졌다.

손씨는 교사 채용 시험 응시자의 아버지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자녀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고, 손씨의 딸인 여고 행정실장이 금품을 낸 합격자 명단을 미리 작성해 교장과 교감 등으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에게 통보해 점수를 올려주는 방법으로 조작했다. 이 때문에 전체 응시자 중 필기시험 성적 최하위 2명이 교사로 채용되기도 했고, 특정 과목의 경우 필기시험 1~4등 전원이 탈락하기도 했다.

최경규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는 "관할 교육청에 수사결과를 보내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사립학교 교원 채용비리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건의했다"며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관련 계좌와 재산을 철저히 추적해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돈을 주고 교사가 된 사람들에게 파면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을 해당 재단에 통보하고, 현안사업 관련 특별교부금 등 재정적 지원을 끊기로 했다. 또 수사 결과에 따라 임시(관선)이사 파견을 검토하고 현재 해당 법인이 이행하지 않고 있는 교원 임용 교육청 위탁 채용 추진을 이행토록 할 계획이다.


배준수,김현목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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