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50대 A씨는 2011년 5월과 2013년 10월 건강검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모 협회 대구시지부에서 흉부방사선 검사결과 정상으로 진단받았다.

2014년 8월 검사에서는 방사선 사진상 왼쪽 폐 상엽에 4.5㎝ 정도 크기의 종괴(일종의 종기) 등 양쪽 폐 부분에서 작은 결절 여러 개가 발견됐지만, 검진기관은 ‘정상’으로 판독해 통보했다.

그러던 중 오른쪽 어깨 인대 수술을 하면서 폐 종괴가 발견됐고, 3개월 뒤 간부신 림프절 전이가 동반된 왼쪽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한 A씨는 작년 9월 7일 56세의 나이에 폐암을 원인으로 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지난해 11월 협회를 상대로 3천999만9천 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법 제12민사단독 서영애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유족에게 1천799만9천 원의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 부장판사는 “당시 피고가 폐암으로 제대로 진단했다면 망인이 보다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 수명을 연장하고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고 인정돼 피고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세영의 이정진 변호사는 “검진 과정에서 발생한 진단 과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A씨 경우와 같이 건강검진이나 진료과정에서 적시에 진단이 이뤄지지 않거나 잘못된 진단을 하는 ‘암 오진’ 피해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1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접수된 오진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모두 408건으로, 이 가운데 암 오진 피해는 전체 오진 건의 61.7%인 296건에 달했다. 진료과정에서 오진 발생 건수는 218건으로 전체의 73.6%, 건강검진 등 검사과정에서 발생한 오진은 78건(26.4%)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암 오진이 60건(20.3%)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48건, 16.2%)과 식도·위·십이지장이 포함된 상부위장관(39건, 13.2%)이 뒤를 이었다.

특히 폐암은 장기간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환자 상태나 단순 방사선에 이상 소견이 의심되는데도 정상으로 판독해 CT 촬영이나 조직검사를 토해 조기에 암이 진단되지 못해 수술기회 등 적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잃는 경우에 해당했다.

그러나 암 오진에 대해 병원의 과실이 인정돼 ‘배상’으로 결정된 경우는 181건(61.1%)에 그쳤고, 병원의 과실을 묻기 어려운(무과실) 경우도 39건(13.2%)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검진 때 과거 병력, 가족력, 현재 이상증세 등을 상세히 알리고 검진을 받아야 하고, 검진 후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라도 이상 징후가 발생하거나 의심되는 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진료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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