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윤이나, 알에이치코리아

타로 언니
윤이나 대구 성서고 도덕·윤리 교사가 청소년 성장소설 ‘타로 언니’를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타로 언니’는 청소년의 결핍과 상처가 어른들의 관점으로 다뤄지는 현실 속에서 진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어덜트(Young Adult) 소설로, 어리다고 해서 아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며 십대의 상처는 성장통이 아니라 상처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밖에서는 무슨 사고를 치든 상관없고, 어떤 활동이든 겉으로 교육적인 것처럼 보이기만 하면 되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대학교만 가면 된다고 가리키는 세계, 학교. 다들 보이는 결과만을 좇는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소녀가 있다. 바로 친구들의 따돌림과 선생님의 배신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주윤아다. 그런 윤아에게 어느 날부터 검은 옷을 입은 여자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귀신은 자신이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일진 유지나의 엄마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지나에게 알릴 것을 요구한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타로 카드를 빌미로 지나에게 엄마 귀신의 존재를 알린 윤아는 그 뒤로 신비로운 것을 보는 존재, ‘타로 언니’로서 지나의 일진 무리 ‘라붐’에 합류하게 되는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나름의 상처가 있다. 주인공 윤아는 모든 걸 의지하던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극심한 우울증과 실어증에 걸리게 됐고, 윤아의 귀신을 보는 능력에 매료된 지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외국인 노동자 어머니의 부재로 항상 화목한 가정을 그리워하며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탈선을 일삼는다. 한편 지나와 같은 일진 무리 ‘라붐’에 소속된 해미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애정이 없어 남자친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연애 중독자이며 또 다른 친구 개새는 어릴 적 당한 성폭행으로 누구도 믿지 못하고 지나와의 오랜 우정을 유일한 구원으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마음의 결핍을 가진 아이들이 각자의 상처를 대하는 방식이다.

해미는 윤아에게 자신이 가진 상처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을 이용하던 남자친구에게 통쾌하게 복수함으로써 상처를 털어낸다. 반면 개새는 자신이 가진 상처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조금씩 변화하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일진 생활을 계속한다.

일진이 되면서 왕따 시절과는 전혀 다른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된 윤아는 주변 친구들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거나 혹은 회피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의 상처도 끌어안아야 할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늘 주눅 든 자세로 숨기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결핍을 인정한다.

저자는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는 상처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 상처를 외면하고 숨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중 어떤 것이 세상이 이야기하는 바람직한 성장의 모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며 그들이 상처를 대하는 태도와 선택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고민과 사정이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완전히 상반된 두 인물의 결정과 그 결정의 중간에서 제3의 길을 택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들에게 무엇을 선택하라고 강요하거나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그런 부족한 모습도 결국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작 ‘학교에 괴물이 산다’로 현행 교육제도와 학교의 민낯을 생생하게 묘사한 저자는 주인공의 귀신을 보는 능력을 통해 현재 학교에서 행해지는 ‘진짜’와 ‘가짜’의 관계를 풀어낸다.

주인공의 담임교사인 일대구는 죽은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윤아에게 ‘여자의 인생은 시집 잘 가는 게 결국 성공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엉뚱한 조언을 한다. 또한, 교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승진하기 위해 학교의 문제아 지나, 해미, 개새를 몽땅 자기의 반에 몰아넣고는 학교에 출석만 하면 밖에서는 어떤 사고를 치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반면 윤아의 귀신 남자 친구 후니 오빠의 부모님은 아들의 일류 대학 의예과 진학을 위해서라면 매일 저녁 노트 필기를 대신해 주고, 신경 안정제를 먹일 만큼 극성이다. 이러한 후니 오빠의 부모님과 일대구의 모습은 자기소개서에 써넣을 수 있는 이력 한 줄, 수능 점수, 대학교 입학과 같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만 집착하는 현재 학교의 표상이다.

이 책은 진짜를 추구하는 일대구와 후니 오빠의 부모님보다 가짜를 보지만 공감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진짜라고 믿어 온 눈에 보이는 결과들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윤 교사는 “청소년의 결핍과 상처가 어른들의 관점으로 손쉽게 다뤄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진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 ‘타로 언니’를 집필했다”며 “이 책을 읽는 십대가 내 마음이 말하는 진짜 나만의 꿈과 진짜 나로서의 삶을 가질 수 있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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