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읽는 편지…저자 김선호, 인물과사상사

조금 달라도 괜찮아
‘조금 달라도 괜찮아’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보내는 교사의 가슴 따뜻한 편지를 묶은 책이다.

서울의 유석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6학년 담임교사로 아이들과 1년을 보내면서 꼭 해주고 싶었지만, 미처 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적었다. 유년기를 벗어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격려와 덕담, 위로가 담겨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41명은 모두 제각각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무난하고 평탄하게 성장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엄마가 싫다는 수지, 뚜렷한 이유 없이 ‘죽고 싶다’고 말하던 윤경이, 친구들과 사귀는 것을 꺼리는 현태, 화를 참지 못하던 병천이, 의도적으로 왕따를 시키던 정택이 등 다양한 아이들의 고민과 문제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이런 아이들을 문제아로 보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그런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며, 어렸을 때의 상처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힘이 될 것이다.

저자는 “엄마가 지구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엄마가 싫어진 이유는, 엄마와 싸울 때마다 지기 때문이라며 “이기는 게임만 하라”고 조언한다. 집이 숨 막힌다며 “가출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차라리 며칠 나갔다 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집을 떠나도 자신을 숨 막히게 하는 엄마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며 엄마와 자신을 구별하고, 엄마를 뛰어넘으라고 말한다. 수업에 1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온종일 책상 정리 한 번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산만한 건 죄가 아니라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그런 능력을 발휘하며 집중의 폭을 좁혀나가라고 한다. 담배를 피운다는 여학생에게는 피우지 말라는 말보다 “걸리지만 마라”라고 한다.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불량한 학생으로 몰릴 것이고,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시선은 더 가혹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강보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걱정하고 제자가 그런 시선을 받으며 어긋날 것을 염려한다.

이 책은 어른들이 쉽게 ‘문제아’라고 분류하고 백안시하는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보게 한다. 어른들 눈에는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저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진짜 문제가 있는 아이인데, 부모나 교사에게는 문제로 비치지 않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는 아이들도 있다.

저자는 점심시간에도 나가서 놀지 않고 문제집을 풀고 있던 아이에게 “솔직히 네가 좀 걱정된다”고 말한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문제가 없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아 문제가 생길 일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도 자기만의 방에 갇혀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

많은 부모와 교사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중2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라 난처해 한다. 게다가 이 중2 증세는 점점 발생 시기가 빨라져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사춘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점점 빨리지는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와 교사에게,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반항기를 겪으며 고생하는 아이들에게도 지침이 돼주지만, 그들을 지도해야 하는 부모와 교사에게도 ‘지금 꼭 필요한 한마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부모와 교사라면 이 책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초등학생의 인성과 심리에 관심이 많고 공교육 안에서 개인별 맞춤형 인성 교육을 실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라며 “어린 시절에 이해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그래서 한 번쯤 삐뚤어졌던 어른들에게도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듬어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보듬어주는 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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