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채소만 먹고는 못 삽니다. 뼈를 만드는 성분이 하나도 없으니까요’그래서 그는 자기 몸에 뼈의 원료를 공급해 주느라고 경건하게 하루하루의 일부분을 바친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황소 뒤를 따라 다니는데 그 황소 주인이 말하기를 풀만 먹고 자란 뼈를 지니고서도 뭇 장애물도 아랑곳없이 그 농부와 육중한 쟁기를 끌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살았던 소로우(Henry D. Thoreau, 1817~1862)의 ‘월던’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얘기다.

최근 야권 대권 주자들이 먹는 음식물를 빗대 허무개그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황소 주인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대통령 탄핵정국 대응을 놓고 일부 네티즌들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각각 ‘고구마’와 ‘사이다’라는 별명을 붙였다. 문 전대표를 느리고 답답하다는 뜻으로 고구마에 비유했고, 이 시장을 직설적이고 속 시원하게 대응한다는 뜻으로 사이다에 비유했다.

문 전 대표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다.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고 하자 이 시장이 또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다하다”며 연대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재미있게 말하자면 목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목을 좀 축이고 사이다를 마신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든든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다”며 뼈있는 농담을 했다.

여기에다 야권의 대권후보 박원순 서울 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가세했다. 박 시장은 한 행사장에서 “저는 한상차림이다.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평가도 받는다”라고 했다. 안 지사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이다. 특별식으로 다른 걸 먹을 수 있지만 밥이 질리면 어떻게 살겠는가”라며 고구마와 사이다를 견제했다.

이들의 설전을 보면서 박목월 시인이 특별한 맛에 탐닉하는 것에 대해 “그와 같은 사람은 혀(舌)가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혀를 위해 봉사하고 그 노예가 되어 지는 일이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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