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까치가 눈 속에서
둥우리를 틀고 앉아 있다

마신 술의 양과 술집의
오랜 역사를 떠올리며
입김을 불다가
세수를 하고서

새롭게 거울을 봐도
까치는 날아가지 않고
서러운 표정을 쫀다

거울 속에서
위태로운 표정들이
바뀌고 바뀌고



<감상>시골서 가져온 병아리를 베란다에서 키우던 선배, 제법 자란 병아리가 거실로 들어와 낮잠 자고 있던 선배의 반들반들한 이마를 쪼기 시작했다는데요, 그래서 화가 난 선배가 그 어린 닭을 그냥 잡아버렸다는데요, 그 때 그 닭은 이마에서 무엇을 발견한 걸까요, 거울 속의 측은함을, 위태로움을 즐길 새도 없이 그 닭은 황천길로 가버린 것일 테지요,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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