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후 2년만에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서 추모대회 거행

북한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5주기를 맞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대규모 중앙추모대회를 열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김정일 5주기 중앙추모대회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거행됐다며 오후 3시 30분(평양시각 오후 3시)께부터 녹화 실황을 중계했다.

검은색 코트 차림의 김정은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당·정·군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 옥외 주석단에 자리했다.

김기남·양형섭·리수용·김평해·리만건·오수용·곽범기·김영철·김원홍·박영식·리명수 노동당 정치국 위원, 리병철·김수길 정치국 후보위원 등도 주석단에 등장했다.

군인과 주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추모대회가 진행됐다.

추모사에 나선 최룡해 부위원장은 “(김정일이) 우리의 국방공업을 첨단 수준에 올라선 자립적인 국방공업, 혁명공업으로 강화 발전시키시어 우리 조국을 세계적인 군사강국, 당당한 핵보유국으로 빛내어 주셨다”고 추모했다.

그는 “김정은 동지를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결사옹위”하자며 “전당과 온 사회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워야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어 당을 대표해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군(軍)을 대표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청년을 대표해 전용남 청년동맹 중앙위원회 1비서가 결의 연설을 했다.

김정은은 주석단에 서서 엄숙한 표정으로 추모사와 결의연설을 지켜봤다.

이후 조포(弔砲)가 발사되는 가운데 김정은과 간부들은 주석단 배경에 걸린 김정일의 초상을 향해 허리를 굽혀 묵념했다.

중앙TV는 “전체 참가자들은 백두산 대국의 영원한 영상이시며 우리 조국과 민족의 천만년 미래를 안아오신 주체의 태양이신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에 앞서 오전 9시(북한시각) 황병서·최룡해·김영남·박봉주 등 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이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해 김정일 4주기 때는 북한시각 0시에 참배한 바 있다.

중앙TV는 김정은이 간부들을 거느리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입상 앞으로 나아가 허리를 굽혀 참배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영생홀도 참배하고 훈장 보존실도 방문했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지난해 김정일 4주기에 이어 올해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김정일에 대한 중앙추모대회를 거행한 것은 김정일 3주기인 2014년 이후 2년 만이다.

북한은 앞서 김정일 1, 2주기 때는 평양체육관 실내에서 중앙추모대회를 열었으며 지난해 4주기에는 중앙추모대회를 열지 않았다.

북한은 3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낮 12시 30분(평양시각 정오)에 3분 동안 추모 사이렌이 울리며 전국 각지의 주민들이 일제히 묵념하는 장면을 중앙TV로 내보내기도 했다.

3주기 당시에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3년 탈상’의 의미였다면, 올해는 김정일 사망 후 처음 맞는 5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정주년·整週年)라는 점에서 1, 2, 4주기 때보다 다소 격식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예상했던 무력 도발이나, 열병식 등 정주년에 치르던 보다 큰 규모의 행사는 없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년도 북한 정치일정상 굉장히 행사가 많은데, 재정이나 주민의 피로감 등을 감안해 5주기라는 상징성은 부여하되 중(中)범위로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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