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우 문경소방서 대응지원담당
화재·구조·구급 등 각종 재난사고 발생 시 긴급자동차의 신속한 현장출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긴급자동차가 5분 이내 화재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애타게 구조대원의 손길을 기다릴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소방관들은 “어떻게 하면 화재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있을까?” 촌각(寸刻)을 다투는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어떠한가.

누구나 직접 겪어 보았겠지만, 주택가 골목길이나 좁은 도로 모퉁이 불법 주·정차 등으로 인해 운전자나 보행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긴급자동차가 출동하는데도 양보해 주기는커녕 긴급자동차를 외면한 채 나부터 먼저 가겠다고 앞질러 가거나 소방차 대열에 끼어들기를 하는 양심 불량 운전자도 있다.

화재현장에 출동하는 소방대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얌체 운전자를 볼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소방차량에 대한 의식의 변화이다.

차량 운행 중 긴급차량을 발견(경광등 점멸, 사이렌 : 90db)하면 서행 후 좌·우로 차량을 피양하여 긴급차량의 출동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골목길 등 좁은 구역에 부득이 주차할 경우는 소방차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사다리차와 펌프·탱크차로 구분할 수 있는 소방차는 그 크기에 따라 운행할 수 있는 도로가 한정된다.

높이 4m, 폭 2.5m, 길이 13m인 사다리차는 최소 도로 폭이 3.25m가 돼야 하며 회전 반경도 9m 이상이어야 한다.

펌프·탱크차 역시 높이 2.8∼4m, 폭 2.5m, 길이 6∼13m로 최소 도로 폭이 3.25m, 회전 반경은 6.4∼9m)을 확보해야 하며, 만약 집 근처에 주차공간이 없다면 조금 더 걷더라도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는 등 남을 배려하는 의식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아무리 교통규범을 잘 지켜도 다른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다면 ‘나만 손해지?’라는 피해의식은 소방 출동로 확보를 위한 조그만 수고를 방해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신 속에서 규범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먼저 규범을 지키고, 나와 우리를 위한 수고를 조금 더 해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소방 출동로를 열어 놓는다면 그 출동로는 나와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소중한 생명로가 될 것이다.

출동로를 위해 조금만 더 걷고 조금만 더 양보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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