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올음산은 북벽으로 서 있다.
그 등덜미 시퍼렇게 얼어 터졌을 것이다 그러나
겨우내 묵묵히 버티고 선

아버지, 엄동의 산협에 들어갔다.
쩌렁쩌렁 참나무 장작 찍어 낸 아버지,
흰내 그 긴 물머리 몰고 온 것일까
첫 새벽 홰치는 소리 들었다.
집 뒤 동구 둑길 위에 아버지 우뚝 서 있고
여명 속에서 그렇게 방올음산 꼭대기 솟아올라
아, 붉새 아래로 천천히 어둠 가라앉을 때
그러니까, 이제 막 커다랗게 날개 접어 내리며
수탉, 마당으로 내려서고
봄, 연두물녘 물안개 벗으며 눕다.


감상)그림자가 아름다운 건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 그냥 그 안에 다 품고도 아무 내색 하지 않기 때문 수면에 비친 범디미산 그림자에는 불콰한 저녁의 아버지가 있고 때 이른 진달래를 꺾어오던 둘째오빠가 있고 아무런 추억도 남기지 않은 엄마도 있다 그 산이 그대로 첨벙, 뒷강으로 다이빙해도 꿈쩍 안 할 그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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