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와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에 맞서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이 아니고 최씨의 비리는 대통령과 무관하다”며 법적인 전면 무책임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헌재의 심판 뿐만 아니라 특검이 파헤칠 주요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대응 논리가 담겨있다.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사실이 아니며 설사 최 씨가 그 과정에서 사익을 취하거나 전횡을 저질렀더라도 이는 대통령과 무관하며 알지 못했다고 이중 방어막을 쳤다.

이런 답변은 최 씨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뇌물죄 적용 등의 개연성도 사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답변서에서 “국정 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은 최 씨와의 의사소통이 공모가 아니라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사익추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해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향후 재판에서 인정될 경우 이에 대비한 논리인 셈이다. 또 행여 그러한 이익을 취한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보려는 시각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재단에 출연하거나 최 씨와 관련된 업체와 각종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기업들에 직권을 남용하거나 강제적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한 바가 전혀 없다”며 박 대통령의 의사와 다르게 참모들이 과잉 대응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뇌물죄 수사에 맞서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며,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된 바 없다”며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철저하게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답변서는 미르재단 등이 “정책 목표를 갖고 민·관이 함께 하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의 하나로 추진되는 공익사업”이며 “자발적 지원을 부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 정책과 공익적 성격을 강조해 대가성을 부인함으로써 뇌물죄 성립을 막으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나 SK 등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입증된 바 없다고 주장한 것은 제3자 뇌물죄의 구성 요건을 논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게 각종 국가 기밀이 유출됐다는 혐의에 관해서는 자신이 유출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이미 드러난 연설문 유출에 관해서는 의견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정당화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당일 7시간 동안의 행적 논란에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 정서에만 기대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당일 행동과 세월호 참사 발생 또는 피해 결과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논리는 ‘한쪽 당사자’이자 ‘피소추인’인 대통령 측의 주장인 만큼 이에 대해 소추위원 대리인단도 반박 의견을 내고 정면으로 다툴 것으로 전망돼 향후 진행될 공방과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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