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상임고문이 최근 모 월간지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그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말하고 덧붙여, 대통령에 당선돼 북한과 미국 둘 중에 어디를 먼저 가겠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대답했다. 질문자의 수준도 문제지만, 일반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을 넘는 생각이요 위험천만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공자의 높은 제자인 자공이 말했다. “군자는 말 한마디로 지혜롭게 되기도 하고, 또 말 한마디로 지혜롭지 못하게도 된다. 말이란 삼가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子貢曰 君子一言 以爲知 一言 以爲不知 言不可不愼也).” 문 상임고문은 앞의 두 마디 말로 이미 자신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미국, 일본, 중국에 양해를 구하고 나서 북한에 가겠다고는 했지만, 안 그래도 어려움이 중첩한 한·미, 한·중관계에서 어렵사리 사드배치에 합의했는데, 과연 국방과 국제경제·외교협력 문제에 그토록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느냐, 대통령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 있는 말이냐가 의심된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말은 자신의 평소 국가관과 안보관, 역사관이 반영된 소신의 표명이라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발언은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헌법을 가지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며 근본규범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통치구조와 작용을 잘 정비해 두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민주주의는 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헌법에 대통령탄핵에 관한 조항이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파면되어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기각되면 다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싫어도 폭력을 쓰는 것은 안 된다. 폭행을 당했다고 폭력으로 보복하고 사적으로 복수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누구나 억울한 일 갚는다고 폭력을 휘두른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군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도덕을 갖춘 사람도 군자요 정치적으로 지도급에 있는 사람도 군자다. 군자는 말 한 마디라도 사려 깊게 이야기해야 하며, 공적인 자리에서의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가 말하는 혁명이란 군사혁명보다는 민중혁명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분명히 헌법을 부정하는 발언이고 법치에 의한 민주정치를 부인하고 내란에 의한 정부전복을 시사하는 의사표명이다. 마땅히 사법당국의 입건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혁명전야는 아니다.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지고 경제 상황이 침체일로며 국제 안보환경이 어려운 것이지, 그래도 정부와 기업은 가동되고 국민은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시장(市場), 치안, 의료, 교육 모두 정상적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주역의 곤괘(困卦)나 건괘(蹇卦)와 비슷하다. 못에서 물이 빠진 곤(困)의 상태에서도 곧게 하면 대인군자는 길하나, 말을 해도 믿지를 않을 것(有言不信)이라 했으며, 높은 산 넘어 험한 물을 건너는 형국인 수산건괘의 상태에서도, 곧게 하면 길하다고 하였다. 지도자의 바른 마음가짐과 신중한 말하기가 요청되는 시대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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