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북반구에서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 동지다. 태양이 남회귀선인 동지선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24절기 가운데 스무 두 번째 절기지만 흔히 ‘아세(亞歲)’라 해서 음력에서는 사실상 다음 해가 시작되는 날로 친다. 동지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치는 것도 이 날을 ‘작은 설’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는 전통 풍속이 있다. 팥을 삶아 으깨거나 거른 다음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듬성듬성 넣고 보글보글 죽을 쑨다. 그러나 아무리 군침이 돌아도 대뜸 달려들어 먹어서는 안 된다. 먼저 대청마루와 부뚜막, 광 등에 한 그릇씩 떠다 놓고 치성을 드린 다음 대문간이나 마당 네 귀에 뿌린 다음 먹었다. 역신이 팥죽의 붉은 빛을 두려워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 도시에서 동지 팥죽을 쑤는 가정이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집집 마다 동지에는 꼭 팥죽을 쑤어서 액운을 쫓는 의식을 했다. 동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준엄하게 기려야 할 날이다. 우리의 지금 현재 처지가 절후로 치면 동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동지에 느껴야 할 교훈이 크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등 우리의 현실이 아직 긴 밤이 지속 되는 동지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겨울에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는 것은/ 일부러 하느님이 그렇게 계절을 가져다 놓은 것일 거야/ 사람들이 좀 추워하면서 반성하면서 긴장하면서/ 눈처럼 부드럽게 시련을 견디고 살얼음판도 좀 걸어 보라고/ 무엇보다 따뜻하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른 사람의 난로가 되어 주는 사람인가를 시험하려는/ 하느님의 참으로 오랜 계획이거야/ 추울 때 모든 것이 얼어붙을 때 그 사람을 보려는 것이지/…하략”

공광규 시인의 ‘겨울에 한 해가 바뀌는 이유’라는 시처럼 이 겨울, 긴 밤의 동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과 국정조사, 특검으로 시끄럽다.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민주주의도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수만 촛불로 동지의 이 깊고 긴 어둠을 밝혀야 새해가 오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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