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대 포항뿌리회 회장
영일만은 해를 맞이하는 땅이며, 해는 곧 불이고 빛이다.

그리고 영일만을 품은 포항은 불과 빛으로 상징되는 역사와 문화, 산업을 갖춘 도시다.

포항제철은 반세기 가까이 영일만에서 거대한 불길을 뿜어내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포항의 자랑인 용광로가 ‘산업의 불’이라면 포스텍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내뿜는 ‘꿈의 빛’은 포항의 미래를 든든히 밝히고 있다.

빛과 불의 도시인 포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12경(景) 중 하나가 바로 포항제철소 야경이다.

저녁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LED 조명으로 단장한 포항제철소는 장엄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환경정비사업의 하나로 전체 공장에 컬러 LED 조명경관을 설치, 용광로에서 솟는 불길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었다.

형산강과 송도·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포스코 야경은 영일만의 검푸른 바다와 함께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해왔다.

이 야관경관 조명이 최근 재단장됐다.

기존 전력효율이 낮은 투광 등기구 및 화려한 조명 연출 대신 공장설비 특징을 고려한 야간경관 조명을 설치, 용광로의 웅장한 구조미와 고유 색채 미를 살렸다고 한다.

특히 친환경 고효율 LED 조명으로 전면 교체해 은은하고 입체적인 구조미를 부각시키고, 에너지 효율은 낮춰 친환경 철강 도시의 정체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다.

포항제철소 야간경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한 경관으로 재탄생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포항제철소 야경이 포항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속 발전시키는 것이다.

도시경관 조명은 야간의 도시형상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자 지역 문화와 개성을 보여주는 관광자원으로 그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명은 경관을 좋게 만들어 도시 마케팅에도 도움을 주므로 도시경관계획 시 단순히 경관조명 설치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정체성을 담으려 노력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작은 도시 ‘리옹’은 매년 12월 야간 빛 축제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났다.

1980년대부터 도시조명연출계획을 세운 리옹은 작은 건물 조명 하나까지도 신경을 써 도시 전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시에선 민간 건물이라도 도시를 위한 조명일 경우 전기요금 보조, 설치비 등 적극 지원에 나선다.

포항시도 오는 2019년까지 동빈큰다리와 송도교, 신형산교, 섬안큰다리, 연일대교 등 5개 교량에 경관조명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경기 불황으로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바꾸고 아름다운 야경과 매력적인 도시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포항의 도시경관 조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단지 심미적인 차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문화 등 인문학적 요인이 함께 녹아 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전기설비·물리학·생리학·심리학 등 이공학적 지식도 뒷받침돼야 해 혹자는 경관조명을 인문과 과학기술이 융합된 종합예술작품이라고 말한다.

포항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도시다.

산업의 동맥인 철강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했고,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운동을 일으켜 근대화의 정신적 토대까지 마련했다.

이처럼 포항시가 가진 역동성과 ‘빛과 불’의 문화, 역사 등을 결합해 포항시만의 멋진 도시경관을 창출해 내기를 기대해 본다.

박승대 포항뿌리회 회장
서선미 기자 meeyan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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