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짬뽕을 시켜놓고
흰 플라스틱 컵을 들었다
짧은 머리카락 하나가
바닥 귀퉁이에 빠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이 아니었다.
짧은 금이었다. 때가 낀
짧은 금이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것뿐인데
컵에 있던 금이
내 머릿속에 옮겨와
선명해졌다.
밥을 시켜놓고
혼자 앉아 있을 때마다
컵을 확인하게 되었다.
네 부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감상)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을 열자마자 엄마, 하고 불렀던 것은 엄마의 부재를 확인하는 일이었지 부재가 확인되는 순간 엄습하던 쓸쓸함 그 후로도 누군가를 부르는 것은 부재를 확인하는 일이었어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는 일이었어 그럴 때 오는 치사량 직전의 독 같은 쓸쓸함 쓸쓸함의 환희.(시인 최라라)
- 기자명 이윤학
- 승인 2016.12.20 17:40
- 지면게재일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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