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반(反)한류 분위기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것을 이곳 중국 현지에서 느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양쩌우에서 많은 연극인과 이전부터 알고 있는 지인들이 내게 묻는 첫 번째 질문은 한국의 현재 정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이고, 두 번째 질문은 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 하여 중국인들의 표현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는 ‘황찐스다이(黃金時代)’라고 불리 울 정도로 한·중 관계가 밀월관계였는데 양국관계가 불편해진 것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이들의 물음에는 자국 이기주의와 중국인들의 자존심도 밑바닥에 깔렸음도 물론이다. 잘 알고 있듯이 중국인은 펑요우(朋友)와 꽌시(關係)를 아주 중요시한다. 작년 천안문에서 열린 항일승전 70주년에 한국의 대통령이 서방국가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하여 한국에 대해 더욱 많은 호감을 가졌는데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바뀐 한국 정부의 정책변화에 이들은 의문과 배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일반 시민들의 이런 의문과 의구심은 한국인들이 세월호 7시간을 알고 싶어 하는 이상으로 알고 싶어 한다. 이런 의문에 대해 필자가 정치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는 100만 이상의 중국 교민과 앞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위해서라도 꾸준하고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양쩌우에서 중국 CCTV 13번 채널 아침 뉴스를 보고 있다. CCTV 13번 채널은 온종일 뉴스만 방송하는 채널이자 중국 전역에 방송되는 위성방송으로 중국 14억 명의 인구가 볼 수 있는 아주 시청률이 높은 채널이다. 이런 방송채널에 한국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배경으로 커다랗게 ‘친신간정(親信干政)’이라는 자막이 떠 있다. ‘측근이 정치에 간섭하다’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뉴스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등장해 “사드배치는 한국을 비롯한 관계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방송된다. 거의 매일 한국뉴스는 주요 소식으로 이곳 중국에서 다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난해까지의 우호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급변하는 세계적 정세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은 한 사람의 국민이자 일개 공연예술가에게도 뼈저리게 다가온다.
만약 중국 당나라 시대에 이곳 양쩌우에서 지금으로 말하면 공무원생활을 했던 최치원이 살아있다면 지금의 한·중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어떤 묘책이 있는가, 최치원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