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당시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을 비판한 김동진 부장판사의 글에 등장한 지록위마(指鹿爲馬)는 2014년도 ‘올해의 고사성어’로 선정될 정도였다. 우리 국민은 이후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웠던 혼용무도(昏庸無道)의 2015년을 견디며 살아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되고만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도대체 어떤 고사성어가 이를 정확히 묘사할 수 있을까? 다들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졌기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당장 먹고 살 걱정’, 구복지루(口腹之累)가 올해의 고사성어로 뽑혔다고 한다.
속칭 ‘낙수(落水)효과’를 얻기 위하여 대기업부터 잘 살려 놓아야 한다거나 효율과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성과연봉제나 쉬운 해고제를 더 확대하여야 한다거나 외국 기업유치를 위하여 법인세 인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그들이 정당을 둘로 나누거나 정당의 이름이나 색깔을 바꾸더라도 우리는 다시 속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혹시 다시 선거에 임박하여 말을 180도 바꾸더라도 우리는 불과 몇 달, 몇 년 전에 그들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수년간 그들이 말하고 추진하려고 하였던 것들이 바로 그들의 진심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멋진 상상력으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수출 및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통한 경제성장과 서민 경제의 활성화 및 국민 복리의 증진은 더 이상 공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대기업을 적절히 규제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며, 기본소득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일은 수요를 창출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고 이에 따라 출산율이 증가하는 등 내수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득 중심 성장을 이루고 경제주체들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공동선을 향해 각각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우리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기본적 인권과 기회균등이 보장되는 희망에 가득 찬 나라에 살고 싶다. 월터의 상상은 월터의 용감한 모험에 따라 현실이 되었다. 우리의 이런 희망찬 상상이 현실이 될 때까지 우리 국민의 헌신(獻身)도 계속될 것이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