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의 단청에는 바탕색으로 칠하는 암녹색의 ‘뇌록(磊綠)’을 3천㎏ 사용했고, 기둥에 칠한 산화철이 많이 포함된 붉은빛 흙 석간주(石間硃)를 300㎏ 사용했다. 공사에는 단청기능공 연인원 6천명이 투입됐다” 1973년 6월, 4년여의 공사 끝에 공사를 마무리한 불국사 복원 경과보고서의 내용이다.

불국사 복원 공사에 뇌록이 3t이나 사용됐다는 기록이다. 우리나라 단청의 바탕색은 녹색 계통은 뇌록, 붉은색 계통은 석간주를 사용한다. 단청을 하는 주목적은 건물에 사용한 목재를 보호해서 건물의 수명을 오래가게 하는 것과 건물에 위엄과 신비감,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서다. 단청의 종류에는 가칠(假漆)단청, 모루단청, 긋기 모루단청, 금(錦)단청, 금모루 단청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단순히 뇌록이나 석간주를 칠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을 가칠단청이라 한다.

뇌록은 단청할 때 애벌로 기본 바탕색을 칠하는데 사용하는 매우 중요한 석채원료다. 이 귀중한 재료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뇌성산 일대에서 난다. 뇌성산은 조선시대부터 국가에 공납(貢納)한 뇌록 광산이었다. 뇌록은 광물질이기 때문에 아교 10%와 섞어서 사용한다. 뇌록은 목재의 표면을 보호하는 코팅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썩는 것을 방지한다. 바탕색으로 칠하면 다른 색상과 착색력도 우수하다. 뇌록에는 헥사클로로벤젠 성분이 있어서 방충과 살충작용을 하고, 곰팡이를 살균함으로써 방부제 기능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뇌록과 현대 화학안료를 비교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내구성, 내화성, 내공해성, 내열성(발화점) 등이 모두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뇌록으로 칠한 옛 단청과 벽화가 수 백 년이 지나도 색이 잘 변하지 않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3년 12월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계리 ‘뇌성산 뇌록산지 일원’ 2천841㎡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광물 뇌록이 공사장에 나뒹굴고 있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공사 현장이 있는 구룡포읍 광정산 남동쪽 계곡이다. 이 귀한 자료를 문화재청이 예산타령을 하며 정밀 조사를 외면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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